지상직의 업무

11. 다시 끄적끄적 지상직업무-인바운드02

YES I AM 2020. 6. 21. 23:43


전 편에 이어서 인바운드 업무 중에 휠체어와 선하기 손님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인바운드 업무를 하다보면 휠체어를 요청하는 승객이 있다. 기내에서는 기내용 휠체어로 이동을 하시다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본인 휠체어가 없는 경우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휠체어를 끌어 줄 동행자가 없는 경우, 지상직원이 대신 휠체어를 끌고 수화물 찾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에는 인바운드 직원을 한 명 더 배치해 승객과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간혹.. 있어서는 안 되지만.. 게이트 업무가 바빠서 정신이 없는 경우나 인바운드 직원이 들어오는 비행기에 휠체어 승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안 하고 간 경우에 휠체어를 빼먹고 안 가져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정말 난감하다.. 다리가 아프셔서 휠체어 없이 나가지 못하는 승객인데 휠체어를 안 가지고 갔다고 생각해봐라.. 사무실까지 달려가서 휠체어를 가지고 오거나 , 엄청 달리고 달려 게이트에 운 좋게 배치되어있는 휠체어를 찾아 가지고 오는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공항일 힘든데 더 힘들어진다..

어느 정도 다리 거동이 가능하신 분은 비행기에서 나와 밖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서 직원이 휠체어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데..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는 없다.. 승무원도 지상직원 째려본다.. 째려볼만하다..

그래서 인바운드 직원은 비행기를 받기 전에 꼭 승객 정보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 하지만 정말 바쁘게 게이트 돌아가는 곳은 지상직원도 많이 노력하지만 그런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점.... 하하

이렇게 휠체어를 가지고 가서 에스코트가 필요한 승객의 경우는 수화물 구역까지 직원이 모시고 가는데, 탑승동에서 여객동으로 움직이는 경우 트레인을 타고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서 휠체어를 끌고 가는 게 무겁긴 하지만, 휠체어 에스코트할만하다.. 시간도 때우고 개인적으로 나는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손님이랑 도란도란 얘기하기도 하고, 천천히 끌고 가면서 시간도 때우고 ~~~ ㅎㅎ 어떤 승객은 자기 때문에 고생한다면 안타까워하시는데, 나름 할만하답니다. 차라리 이렇게 휠체어 끌고 여유 있게 공항 움직이는 것이 좋아요...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주시는 승객분들 만나면 기분도 좋고 고생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위로가 되곤 한다.

근데 정말 주의할 점은! 직원이 다니는 길로 가면 안 되고 무조건 승객이 가는 길로 가야 한다는 점! 무의식적으로 패스 찍으면서 게이트 문 열고 다니면서 직원 가는 길로 가면 저어어어어얼대 안된다. 보안사고다.

승객이 가는 길로 무조건! 패스는 나에게 없다 생각하고 승객과 동행해야 한다. 휠체어 승객은 휠체어를 끌고 다녀서 그럴 리는 없지만, 늦어서 비행기 놓친 손님을 다시 압 국장으로 내려보낼 때 정말 정말 주의해야 한다. 나도 모르게 게이트 문 패스 찍고 쉽게 쉽게 문 열고 아래로 내려가고 하면 안 된다. 하는 순간 기분이 싸하면서 손님도 어리둥절할지도..

직접 일을 해보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공항에 있는 문들은 쉽게 쉽게 열 수 없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다음으로 경찰 선하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어떤 이유로 선하기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경찰 쪽에서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이런 이런 승객이 경찰에 인계되어야 하니 제일 먼저 내릴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선하기이다.

항공사는 자세한 이유는 알지 못하고, 아 가장 먼저 내려서 경찰에 인계되어야 하는 승객이 있구나 하는 정도다. 이런 승객이 있을 때 게이트에 비행기를 받으러 가면 사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대기하고 있다. 비행기가 도착해 지상직원이 문을 열면, 열자마자 지상직원이 승무원에게 선하기 있는 거 아시죠 하고 여쭤보고 선하기 승객이 바로 내려 경찰에 인계될 수 있도록 한다.

공항에서 일하다 보면 참 다양한 일도 많고, 보람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퇴사를 한지 꽤 됐지만 돌이켜보면 추억이고 20대에 발 아프게 뛰어다니고 각국의 사람들에게 치이며 열심히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항처럼 다이내믹하고 아무리 뛰어도 매일매일 넓은 공항에서 일해봤다는 건 참 뿌듯한 일이다.